2026년 5월 27일 · founder-notes
2026 상반기 회고 - 잘못된 속도, 잘못된 방향
서론
최근 몇 달 동안, 완성을 위해 달려오던 독서 프로젝트가 있었다. 나는 독서를 취미로 갖는 몇몇 인물들을 만나 내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인터뷰하며 파악하거나, 주변 사람들의 독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면서 서비스의 윤곽을 잡아나갔다. 나는 '함께 읽기'라는 사회적 활동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녹여낼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고, 이를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.
그러던 중, SNS에서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과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깔끔한 미감으로 전달하는 독서 서비스를 만나게 되었다. 나는 그 서비스가 내가 개발하고자 하는 서비스와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 좌절했다. 그 서비스의 개발자는 나보다 빨랐고, SNS 소통도 더 잘 해냈으며, '하나의 관심사'에 집중해서 서비스를 완성했다. 그야말로 깔끔한 프로덕트다.
그러고 난 후,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과 노력들이 도대체 어떤 형태인지를 되돌아 보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. 나는 너무 느렸고, 우왕좌왕 했으며, 나의 모습과 아직 개발중이라서 부끄러운 내 서비스를 외부에 노출되기를 꺼렸다. 그 모든 것은 실책이었다.
본론
우선 내가 잘못 판단하고 행동했던 것은 다음 3가지다.
첫째, 나는 너무 느렸다. 하고자 하는 개발이 있었으면 더 빠르고 날렵하게 할 수 있었다. 스타트업을 그렇게 많이 다녔으면서도 Lean한 판단과 속도가 중요하단 사실을 잊었다. 회사에서 누군가 내게 일을 시킬 때의 속도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일을 시킬 때의 속도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. 나는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,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.
둘째, 나는 방향을 헷갈려했다. 사용자를 만나서 방향을 정하겠다는 결정은 좋았지만, 그 안에서 도 내 고집이 있어야 했다. 내 어떤 직관을 통해 발견한 수요가 되었든지, 사용자로부터 어떤 수요를 발견을 해냈든지 결국 그 다음 행동을 정해야 하는 것은 나다. 문제는 그 둘 사이에서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할 때 발생했다.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가를 더 뾰족하게 이해해야 한다. 나를 내가 더 잘 알아야 한다.
셋째, 나는 나를 너무 부끄러워한다. 내가 나를 바깥으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현대 시대의 브랜딩이고 마케팅이었다. 그러나 나는 계속 내가 뭐 잘났다고 그런 걸 하나? 싶은 생각에 지배적이었다. 그 생각이 여전히 내게 지배적이지만 새로 깨달은 사실도 있다. 서사는 쌓여간다는 사실을 알았다. 잘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. 서사를 쌓기 전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고, 달성하기까지의 내 어설픈 모습이 부끄러웠다. 이 모습을 바깥에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.
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. 개인적으로는 속도와 브랜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. 속도란, 결국 수요를 빠르게 캐치해내고 그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단순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. 다른 기능은 다 필요 없다.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빠르고 합리적인 해결법을 제안해 내는 것이 내 과제다. 부가기능은 전부 다 버리고, 정말 빠른 속도로 빠르게 제품을 개발한다. 내 첫 제품은 무조건 아주 많이 부끄러운 상태겠지만, 하나의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해주어야 한다.
한편, 셀프 브랜딩은 유저 인터뷰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. 명칭이 있을지 모르겠지만, 내 브랜딩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뷰는 '채널 인터뷰'로 생각할 수 있겠다. 이 시대의 브랜딩은 SNS 에서 이루어진다. X, Thread, Instagram, YouTube. 모든 채널이 내 브랜딩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.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언급한 '채널 인터뷰'란 무엇인가? 내 채널에서 사용자들과 의사소통하면서 발생하는 수요는 꽤나 직접적이다. 물론 실제 유저 인터뷰 보다 모호하고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모자랄 수 있지만, 내가 시작할 지점을 찾아내는 데에는 적합하다. 오히려 속도전에서는 훨씬 빠르다.
그래서 내가 이제 할 일은 단 2개다. 내 브랜딩을 채워나가는 것, 사람들의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.
결론
나는 최근 아주 재미있는 문제를 하나 발견했는데, 그것은 바로 루틴이다. 거의 모든 사람들은 루틴을 지키고 내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제어하고자하지만, 루틴을 잘 지키고 유지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는다.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사람들은 갖은 노력을 하고 그를 위한 서비스들도 많다. 그러나 그 어떤 서비스도 실제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 듯하다. 당장 멈춰있을 수 없고, 멈춰있을 생각도 없다.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.